베를린과 못다한 작별인사
이 블로그에 베를린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고 2년간 묵혀두었는데, 이제 쓸 용기가 생겼다.
이곳에 베를린의 추억들을 기록하며 베를린과의 작별인사를 하고자 한다.
내가 베를린을 처음 방문한 것은 여행목적으로 간 2018년이었다.
내가 베를린에 안갔으면,
내 커리어가 4년은 쌓였겠지.
그래서 나에게 4년의 커리어가 쌓였다면 좋았을까?
결론적으로는 좋았을 것 같다.
4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를 어리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게 된 지금의 내가 부끄럽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나를 불행하게 만든 건 결코 나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타인들의 사고방식이다.” 라는 부분과, 읽고나면 몰려오는 “자신이 얼마나 자신의 삶과 무관한 존재인가”라는 부분에서 나조차도 나를 이방인 대하듯 대했다는 것에서 쓸쓸함과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해외에 가서 공부하겠다고 한 것은 내 세계와 정체성에서 나온 결정이기 때문에 스스로 프라이드가 있지만, 내 영혼이 끌리는 곳보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 내가 살아갈 도시를 선택했다는 것은 나의 세계와 무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부끄럽다.
그래서, 내가 해외에 체류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말하지만 어디에서 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는 아무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그런 방식의 결정 이후에 나는 여전히 타인의 사고방식에서 시달린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 그런 결정은 처음이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 스스로 끌리는 선택을 했고, 스스로 떳떳한 선택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특유의 자신감 같은게 있었는데 자신감의 근원을 잃은 것 같아서 더 괴로운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가 그런 나 자신을 다시 찾기 간절히 원한다-라고 생각했던 토요일이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일요일에 본 영화는 그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는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2020년 개봉한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
타인의 삶을 사랑하려면, 자신의 실패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키에르케고르-
다분히 북유럽스러운 영화이면서, 북유럽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북유럽스러운 말이다.
저 말이 낙오자 없이 사회를 운반하겠다는 북유럽 사회의 마인드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던 나에게 있어서는, 실패의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두지 않으면
실패를 하지 않는 똑똑한 방향을 찾다가 오히려 나 자신을 잃게 된다고 느끼게 된 말이었다.
나다운 결정에 실패의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해도 호탕하게 웃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게 나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사고방식이 아니어야만 실패해도 호탕하게 웃을 수 있다.
그래야 타인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진정으로 응원해줄 수 있다.
타인의 사고방식에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은 나대로 산 사람일 것이고,
타인의 사고방식에 인상을 찌푸리며 훈수를 두는 사람은 남대로 산 사람이지 않을까-
어찌됐든, 나는 베를린으로 떠났었고
내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힙하지만 겸손한 도시를 이곳에 “나대로” 기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