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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소설, <나의 사랑, 매기>La ; Life/책 2020. 11. 17. 00:27
이 책은 나의 제주 여행에 함께 했다. 그러니까 사랑은 실패하는 것이지만, 사랑에 실패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사랑으로부터 물러서서 사랑을 잊고 무엇인가가 사라진 채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하는 사랑의 요구에 응답하여 방황과 혼란의 진폭 속에서 어디에도 미룰 수 없고 미뤄지지 않는 것을 찾아 내고 간직해 삶의 함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 단단하고 묵직한 저항감만이 무언인가의 실존을 표현한다. 실존,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감당하느라 얻게 된 함량이며 무게. "비닐봉지를 묵직하게 누르는 야채의 부피감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심지어 당근도 자기 삶을 감당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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