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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일기>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
    La ; Landscape/건축 & 조경 2023. 11. 19. 12:20

    조경설계 실무를 2년을 조금 넘게 한 지금, 실무적으로 조경설계업이 무엇을 하는지는 대략 알겟다. 그건 그거고 나는 어떤 조경가가 되고 싶은걸까. 이런 고민들은 언제나 있었지만 맘에 드는 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자주 그러듯 영화를 보면서 정리가 되었는데, 이번에 본 영화는 프랑스의 영화감독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었다. 
     

     
    화가 마리안느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를 그리게 되는 내용의 영화였다. 영화의 내용과 별개로 초상화의 대상을 응시하고 그려내는 장면 자체에서 조경가도 자연을 저렇게 응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조경가는 자연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사진처럼 사실적이어도, 다른 해석이 들어가도, 혹은 어떤 일부 장면을 부곽해서 그려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모든 것의 전제는 포착이 아니라 자연을 향한 관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를 하면서는 부득이하게 핀터레스트 같은 곳에서 포착해 내는 것도 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대상을 관찰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초상화의 전제는 대상을 관찰하고 응시하는 것에 있다.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상상이나 해석이 아니며 본 것에 대한 상상과 해석이다. 그러므로, 조경은 자연이라는 대상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동시에 돌봄도 포함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영화에서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의 고민과 상처 등 어려운 마음을 만지려고 애썼던 것처럼 조경가 또한 그 대상이 망가지지 않게 하는 생태적 본질에 대한 책무도 포함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에 불타오르는 초상을 그린 것처럼 그 대상에 대해 재해석하는 것 또한 용인 가능하다고 느껴졌다. 자연의 실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일. 이것 또한 자연에 대한 응시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조경가에 대한 개인적 정의를 '자연의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나 나름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랑하면 관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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